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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추천

버지니아 울프의 환생,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넷플릭스 의 원작자로서였다. 드라마를 재밌게 보긴 했지만 굳이 원작을 찾아보고 싶진 않았고, 대신 많이 팔린 「시선으로부터」를 리뷰도 보지 않고 덜컥 주문해버렸다. 처럼 귀엽고 신선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작가의 많이 팔린 책이라면 분명히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시선으로부터」는 관악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때 가장 좋아했던 작가, 버지니아 울프를 끊임없이 환기시켰다.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이 균열을 비집고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방식, 제국주의와 가해자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소재, 비선형적인 시간관, 가스라이팅을 당한 여자들, 그럼에도 자기 길을 간 여자들의 불굴의 정신력은 버지니아 울프가 8.. 더보기
김금희 작가가 독자의 마음을 찬찬히 보듬어주는 소설, 「경애의 마음」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부터 좋아했던 김금희 작가의 첫 장편을 출간된 지 2년이나 지나서야 읽게 됐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재밌게 읽어서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작품인 「너의 도큐먼트」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장편이 나오면 꼭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외국인 근로자로 해외에 살다보니 늦어지게 됐다. 「경애의 마음」은 우리 주변에서 본 것 같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은 공상수라는 남자와 박경애라는 여자 두 사람이다. 연애소설이라면 연애소설일 수도 있겠지만, 장르로 한정짓기에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주 좋은 작품이다. 상수와 경애는 모두 30대 후반으로 '반도미싱'이라는 제조업체에서 '팀장대리'와 '주임'으로 근무하는 직장 동료다. 덩치값을 못하고 늘 허둥지둥에 긴장의 공백을 주저리주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