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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경제

투자 인사이트를 길러주는 「빅히트, 새로운 기회의 파도」

   김한진·김일구·김동환이 공저자인 「빅히트, 새로운 기회의 파도」는 세 사람의 걸출한 경제전문가가 나누는 대담을 기록한 형태로 쓰였다. 2019년 말의 시점에서 혹독했던 2019년을 돌아보고 2020년에 대한 경제전망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데, 사실상 그 직후 코로나가 세상의 많은 것을 뒤바꾸면서 세 사람의 경제 예측도 일정 부분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저성장,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인한 경기 둔화의 늪, 글로벌 자산시장의 양극화, 선진국과 신흥국의 불균형, 글로벌 부채의 증대, 통화 정책의 한계성 등 코로나로 인해 더 극심해진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거시적인 투자 인사이트를 길러주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며, 특히 돈 버는 법에 집중하는 여느 재테크 책과는 아주 다른 성격의, 즉 경제학적 지식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거나 평소에 경제 뉴스를 열심히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개념과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는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2019년 말 당시의 세계 경기 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2부에서는 미국, 유럽, 동아시아의 경제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전망하며, 3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세 사람의 대담자는 때로 같은 시각, 때로 서로 상충하는 시각에서 세계 경제의 다양한 부문과 지역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 될 것이다. 

 

   다만 미국 주도의 4차산업 혁신기업(이른바, FANG과 MAGA)들은 경기와 관계없이 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저금리 정책은 소비와 경기를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자산가격만 부풀렸다는 점에서 각국은 이제 저소득층에 돈을 직접 풀어주는 재정정책(MMF)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 부채는 더 커지며 선진국과의 불균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투자자로 하여금 결국 답은 미국 주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주식은 반등 시 매도하고, 미국 주식은 조정 시 매수로 대응하라는 의견이다. 

 

 

   존리 선생님의 한국 주식 예찬론과는 자연스럽게 약간 대비될 수밖에 없는데, 결국 투자는 본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경제전문가의 다양한 의견과 전망을 취사 선택하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맞을 것이다.

 

   2019년 말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휘청거리고 있고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참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2019년 말의 시각으로 펴낸 「빅히트」의  2020년과 그 이후에 대한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기의 흐름이나 판도가 뒤바뀌기는커녕 저성장, 경기 둔화와 곳곳에 숨어 있는 거품이 더 극대화되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서운 사실은, 코로나라는 혼란스러운 현상으로 인해 우리의 인지능력이 일정 부분 마비됨으로써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는 위기의 접근에 기민하게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코로나 종식 이후에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