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경제

이서윤·홍주연의 「더 해빙」, 부를 끌어당기는 '있음'의 감정

   온갖 '부자되는 법'이 난무하는 요즘, 이서윤·홍주연 공저의 「더 해빙」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작가의 이력, 작가가 말하는 부자되는 법, 부자되는 법을 설명하는 방식 등 모든 면에서 흔한 재테크 서적이나 자기계발서와는 매우 다르다. 

 

   먼저 작가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서윤은 매우 신비로운 배경을 가진 인물로, 공저자인 홍주연은 그녀를 "행운의 여신," "부자들의 구루," "통찰력의 여왕"과 같은 별칭으로 설명한다. 이서윤의 할머니는 사주와 관상에 능했던 인물로, 일찍이 손녀딸이 사람들에게 부와 행운을 불러다주는 조력자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을 발견했고, 이런 할머니의 영향으로 이서윤은 일곱 살에 운명학에 입문하고 이후 주역과 명리학, 점성학 등 동서양의 운명학을 모두 익혔다고 한다. 

  10만건의 사례를 스스로 분석해 부자들의 비밀을 발견했고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자신을 찾아오는 부자들의 자문에 응했으며 현재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그녀가 한국에 돌아오면 이미 소문을 듣고 한국의 상위 0.01% 부자와 인사들이 그녀의 집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린다고 한다. 

 

   평범한 n년차 월급쟁이로 무료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옆자리 선배가 명예퇴직을 하는 것을 보고 재테크를 결심한 뒤 수도권 꼬마아파트 투자로 n억 부자가 됐다는 소개를 예상하면서 책을 펼쳤다가, "대너리스 타카리옌" 혹은 "왕꽃선녀님"을 연상시키는 작가 소개에 일단 구미가 몹시 당겼다. 재테크에는 도움이 전혀 안되더라도 상관없으니 이 여자가 무슨 얘기를 할지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윤이 이야기하는 "더 해빙"은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소비를 할 때, '없음'이 아니라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정의 집중이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된다는 주장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미중 무역갈등이 주식에 미치는 영향, 환율 전망, 미국 주식을 해야 하는 이유, 부동산 입지의 중요성, 부동산을 살 타이밍과 팔아야 할 타이밍에 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분석은 이 책의 주제 및 소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이서윤의 "더 해빙"에 대한 문답식 교습을 듣는 제자가 등장하고, 그 제자가 독자와 "더 해빙"에 이르는 여정에 동행한다는 점이다. 그 제자는 홍주연이라는 이 책의 공저자다. 

   홍주연과 이서윤은 홍주연이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로 처음 만난다. 그 이후 우연한 계기로 홍주연은 이서윤을 다시 찾게 되고, 두 사람은 이탈리아, 일본, 한국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더 해빙"에 대해 문답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홍주연은 "더 해빙"을 습득하고 실천해서 결국 인터뷰 내용을 책으로 출간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결말이다.

 

   "더 해빙"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은, 타성에 젖은 비관주의와 무료한 염세주의를 이성과 상식으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한국의 30대 직장인에게 언뜻 터무니없고 주술이나 미신과도 같은 궤변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운명학이나 사주철학같은 작가의 지적 배경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그 주장의 신빙성에는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된다. 

 

   서양의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는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미국에서 "동양의 구루"를 내세운 이 책이 잘 팔렸다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됐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더 해빙"을 소심하게나마 실천했을 때 나 스스로에게 일어났던 변화이다. 우선 불필요한 소비를 다소 줄이게 됐다. "더 해빙"을 하려면 소비할 때 나에게 돈이 '있음'의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소비하는 기쁨을 충만히 만끽해야 한다. 그런데 낭비, 시발비용의 사용, 주제넘은 사치를 할 경우에는 당장 카드를 긁는 순간부터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더 해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카드를 꺼내려다가도 불과 몇초후에 나를 덮칠 자괴감을 예상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두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됐다는 점이다. 나에게 커피를 사마실 돈이 '있음,' 걷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돈이 '있음,' 월세를 낼 돈이 '있음'을 넘어서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 나를 돌봐주는 가족이 '있음,' 아직은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의 다이얼을 매우 세밀하게 돌려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딱 들어맞게 맞춰낸다면 자본주의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